대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인 팔란티어가 한국인이 선호하는 주요 미국 주식으로 떠오르면서 엔비디아·테슬라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팔란티어 주식 값어치(보관액)는 10일 기준 58억 5000만 달러(8조 1329억 원)에 달해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이어 보관액이 세 번째로 많은 외국 주식으로 집계됐다. 연초 팔란티어의 보관액 순위는 8위였는데 불과 9개월 만에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보관액은 23억 달러에서 약 2.5배 불어났다.
팔란티어는 군·정부·기업·정보기관 등에 고도 AI 서비스를 파는 회사다. 조직 내의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특이 패턴을 찾아내고 미래를 예측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군대에서는 AI가 군수 물자와 무기 현황을 고려해 적을 최소 비용으로 타도할 수 있는 전략을 짜고 기업에서는 물류·생산 과정과 인력 배치 등을 최적화해 수익성을 높인다.
팔란티어는 2003년 설립돼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미군에 첩보 분석 도구와 전술 AI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알짜’ 방위산업 업체로 기반을 다졌다. 이후 고객군을 크라이슬러와 에어버스 등 민간 기업으로 대거 넓혔다. 국내에선 HD현대인프라코어와 삼양식품 등 회사가 팔란티어 시스템을 쓴다.
팔란티어를 향한 투자 열기는 기술력과 사업적 우위가 뚜렷한 데다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뒷받침하는 ‘기간 사업자’로서 특이한 위상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팔란티어는 지난 달 미 육군과 향후 10년 간 최대 100억 달러(13조 8000억 원)의 계약을 맺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국방부 소프트웨어 계약 중 하나를 성공시켰다.
팔란티어의 주가는 작년 말 75.63달러(10만 5000원)이었다가 12일 기준 164달러(22만 7000원)로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를 넘겼고 주당 0.16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팔란티어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적잖다. 기업의 적정 몸값을 가늠하는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이 550배에 달해 AI 회사들의 통상치인 20∼30배 수준을 까마득하게 초월한 상태고 AI ‘거품’ 우려의 확산 같은 악재에 쉽게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팔란티어 주가는 회사가 앞으로 6∼10년 고성장을 거듭한다는 가정을 해야 설명이 되는 수준이며 멀티플(배수)이 높은 만큼 시장 변동성에 따른 등락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단 서비스의 효용성이 뛰어나 정부와 기업이 안 쓰기가 어려운 상품인 만큼, 향후 실적은 계속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팔란티어의 주가는 기업대상(B2B) AI 서비스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며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지만, 팔란티어가 해당 시장에서 계속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 주(9월5일∼11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엔비디아로 1억 3400만달러(1872억 원) 어치가 결제됐다. 2위는 팔란티어로 주간 순매수액이 6300만 달러(876억 원)이었고,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전략 비축하는 기업 ‘비트마인’이 6100만 달러(851억 원) 어치가 순매수돼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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