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보다 기업공개(IPO) 추진을 최우선으로 방향을 정하는 한편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에도 나섰다. 기존 투자자와의 분쟁 정리 과정에서 맺은 단기 대출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IPO를 통한 투자회수 방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생보사에서 교보생명그룹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구상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IPO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재무적투자자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상장을 추진한 후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손해보험 인수, 증권·자산운용 강화 등 생보 중심의 사업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보생명은 2012년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한 투자를 받은 후 2015년까지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약속했다. 교보생명은 2018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지만, 상장 조건을 놓고 투자자와 분쟁을 벌여왔다. 한국거래소는 2022년 지배구조 불안정을 이유로 교보생명을 상장예비심사에서 탈락시켰다.
그러다 2024년부터 신 회장과 어피니티·어펄마캐피탈 등 일부 FI가 합의를 마치면서 교보생명은 4월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지주사 전환보다 상장이 우선순위에서 앞서게 된 것은 재무적 투자자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기존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8600억 원을 신한금융투자·한국금융투자·하나증권·키움증권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 형태로 빌렸다. 만기 1년으로 금리가 5%초반이어서 이자부담만 약 430억 원에 달한다. 대출 주체는 신 회장의 우군인 교보생명의 주주 코셰어캐피탈이지만 신 회장이 지분 100%인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교보생명 주식 담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실상 신 회장과 증권사 간 거래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국면이기 때문에 만기 1년이 지나면 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만기 연장이나 추가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는 상장 등 확실한 투자 회수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직 남아서 분쟁을 진행중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EQT파트너스(구 베어링)의 투자금까지 고려하면 신회장과 교보생명은 총 1조 원에 대해 만기 연장을 하거나 새로운 구원투수가 필요하다. IMM PE는 국제상업회의소(ICC)가 내린 중재 판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을 통해 항소심을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새 FI를 찾는 과정에서 과거 분쟁의 불씨가 된 풋옵션(일정 가격에 지분을 되파는 권리)을 더 이상 투자 조건에 넣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투자금 회수 장치로 상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신 회장은 해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올해 초 허석준 전 SK텔레콤 전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스탠다드차타드PE, CVC캐피털, L캐터튼아시아에서 투자업무를 담당했다. 교보생명 측은 “상장과 금융지주 전환은 각각 여건을 잘 따져보면서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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